일어 시간에 발표를 하게 되어 암벽타기와 프랑스 생활을 조합해서 에세이를 하나 썼다. 일어는 한국어와 비슷한 관용어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(ex.일어에서는 먹어보다->먹다食+보다見, cf.영어에서는 이렇게 쓸 수 없다.) 별 고민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갔다.
내 글 중에 ‘겁을 먹다恐怖を食べる’ 라는 표현이 있었는데, 알고보니 일본어에는 이 표현이 없다는 것이다. 덕분에 교수님도 같은 반 아이들도 아무도 이 표현을 이해못했고, ‘한국어 표현인 것 같아요. 죄송..’ 이라고 말하고 다른 표현으로 정정했다. 느끼다感じる로..
교수님이 ‘겁을 먹는다고?’ 라고 물으시는데 뭐라 딱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. 수업 끝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겁을 ‘먹는다’라는 이 익숙한 표현이 낯설게 느껴졌다.(똑같은 단어 반복해서 생각하다보면 갑자기 그 단어 생긴 게 낯설게 느껴지는 거랑 비슷한..) 우리말에만 있는 표현이라니.. 이 말이 생긴 기원이나 문화적 배경을 알고 싶었는데, 아쉽게도 검색을 해도 쉽사리 찾을 수가 없다. 미약하나마 일본어 표현과 비교해 추측해보면, 우리나라는 겁을 ‘나’라는 주체가 먹고, 반대로 뱉을 수 있는(ㅋㅋ) 자의적인 행위로 생각하고 있다. 반대로 일본은 겁이라는 것의 ‘존재’를 느낀다고 생각하고 있다랄까… 언어학을 배운 적도 없으니 더 이상 생각의 지평을 넓혀갈 수 없는게 답답하다.
이런 관용어구들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게 어렵지만,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. 불어에는 인생의 물(l’eau de vie)이라는 단어가 있는데, 술(브랜디)을 뜻한다. 첫눈에 반한 사람에 대해 내 인생의 남자(l’homme de ma vie)라고 말하기도 한다. 그리고 이해가 힘들었던 관용어 중 ça te dit? 라는 표현이 있는데, 그냥 직역하면 ‘그게 너에게 말하니?’라는 뜻이다. 그런데 통상적으로 ‘괜찮니? Is it ok?’라는 말이 된다. 이런 것들은 현지인들도 너무 자연스럽게 쓰던 말인지라 물어보면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. (하기사 겁먹는 게 겁먹는 건데 뭘 더 어떻게 설명하겠나..)
’겁먹다’라는 표현 덕에 평소 별 관심없던 ‘언어’에 대해 낯설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, 은근 재미있는 것 같다. 언어유희의 기쁨? 아무튼 오늘의 교훈은 한국인들은 ‘겁을 뱉을’ 수 있다는 것. 무섭무섭열매를 퉷퉷.